치열한 생존 게임, 현실 닮은 '배틀로얄' 전성기
치열한 생존 게임, 현실 닮은 '배틀로얄' 전성기
  • 김석모 기자
  • 승인 2019.02.25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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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지향적 현실의 대리 체험
하는 재미만큼 보는 재미도 있는 대결형 게임
과금 없이 게임력으로 승부하는 공정한 경쟁 시스템

게임이 시작되면 전장에 떨어진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기와 옷 등을 부지런히 줍는다. 언제 총알이 날아들지 몰라 긴장감이 팽팽하다. 그래도 나와 생사를 함께하는 팀원이 옆에 있다. 낯선 적으로부터 총을 맞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팀원과 서로 돕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전지대가 점점 줄어들어 전투는 더욱 치열해진다.

몇 년 전부터 글로벌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가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침체하는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RTS(전략시뮬레이션), MOBA(멀티플레이어배틀아레나) 장르에 이어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인기 장르를 만들어냈다.

게임의 한 장르인 배틀로얄 게임류는 일본 작가 타카미 코슌의 소설 '배틀로얄'에서 착안한 것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여럿이 싸워 한 명의 우승자를 가리는 게임을 통칭한다.

배틀로얄 장르 게임은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외면해온 장르였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H1Z1: 킹 오브 더 킬' 등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게임 시장에서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 강자로 떠올랐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질과 양 빠른 확장세, 배틀로얄 모드•이색 배틀로얄 합류

국내에서는 특히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상당했다. 정식 명칭은 '플레이어노운즈 배틀그라운드(PlayerUnknown's Battleground)'이고 흔히 '배틀그라운드' 혹은 줄여서 '배그'라고 부른다.

블루홀의 자회사 펍지 주식회사가 개발한 국내 게임으로, 출시된 지 13주 만에 매출 1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정식 출시된 12월부터 PC방 점유율 32%로, 수년간 1위를 독점한 '리그오브레전드'를 제쳤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출시 하루 만에 iOS 무료 게임 1위, 구글플레이 무료 게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트나이트'도 출시 3개월 만에 전 세계 동시 접속자 수 340만 명을 돌파했다.

배틀로얄 장르는 질과 양 모두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신작 외 기존 게임들도 배틀로얄을 적용한 모드를 추가하는 일이 흔하다. 캐주얼하게 진행할 수 있고, 개발 입장에서 다른 장르와 융합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현재 배틀로얄 룰의 원조격인 'H1Z1 배틀로얄'이 PS4 플랫폼으로 정식 출시를 눈앞에 뒀다. 'GTA 온라인', '레드데드 온라인', '콜오브듀티', '배틀필드5'처럼 콘솔 대작 게임들도 배틀로얄 모드를 하나둘 선보이면서 열풍에 합류했다.

이색적인 배틀로얄이 눈길을 끄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중국에서 개발했고 소위 '무협배그'라고 불리는 '무협X'는 생각보다 준수한 게임성을 선보였다. '아크: 서바이벌 오브 더 피티스트(Ark: Survival of the Fittest)'처럼 원시인 시점에서 공룡과 함께 배틀로얄을 즐기는 게임도 있다.

마인크래프트가 떠오르게 하는 블록 픽셀 그래픽에서 펼쳐지는 '언턴드: 아레나, 귀여운 동물들이 맞붙는 슈퍼 애니멀 로얄' 역시 항상 언급되는 이색 배틀로얄이다. 그리스 신들을 조작해 전설 무기와 스킬로 서로를 죽이는 '제우스 배틀그라운드'도 방송 콘텐츠 등으로 화제가 되었다.

포트나이트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장르 게임의 매력 포인트

배틀로얄 장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과금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유료 아이템을 사들여 게임에서 우승하는 '금수저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일부 게임은 현금 결제 유도가 과도해 사용자의 반발을 사는 일이 잦았다. 이와 달리 배틀그라운드는 모두가 공정한 조건에서 오로지 게임력으로 승부하는 시스템이다. 포트나이트는 '배틀패스'라는 수익 모델을 갖고 있지만 구입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 

배틀로얄 장르 게임의 또 다른 매력은 게임과 현실이 매우 닮아 있다는 점이다. 누가 나를 죽일지 모르는 긴장감, 가진 것 없이 싸워야 하는 상황은 현실과 매우 비슷하다. 매일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남았음을 위무해야 하는 경쟁 중심 사회에서 이는 일종의 대리 체험인 셈이다. 

배틀로얄 게임 장르은 '보는 게임'의 성공 공식을 증명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최근 게임 업계에서는 실시간 중계와 e스포츠가 각광받는 추세다. '보는 재미'가 필수적이다. 배틀로얄 장르 게임은 하는 재미만큼 보는 재미도 있는 대결형 게임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월평균 5억 명 이상의 시청자가 찾는 세계적인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를 주요 소통 채널로 활용했는데, 여기서 '보는 재미'를 즐기던 시청자들을 게임의 구매자로 만들 수 있었다. 게임을 중계하는 사람과 중계를 보는 사람들이 채팅창으로 소통하는 플랫폼이 성공의 한 요소였다는 점은 소비자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었다.

H1Z1: 킹 오브 더 킬
H1Z1: 킹 오브 더 킬

PC 시장과 장비 시장도 동반 상승세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 성장하면서 PC 시장과 장비 시장 또한 상승세다. 보통 고해상도 환경과 섬세한 조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PC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침체기를 겪는 가운데, 게임에 특화된 프리미엄 제품이 기업들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조페디리서치JPR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게이밍 PC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약 32조 7천억 원)로 2016년 대리 39.5% 성장했다고 한다. 마우스패드나 프리미엄 헤드셋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게임 장비 브랜드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한 장면
배틀그라운드 한 장면

신작 광풍 이어지며 메이저 장르로 정착

배틀로얄 장르 게임 열풍은 이제 국가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장르의 기본 룰은 고착화된 편이다. 유저 수십 명이 한 맵에서 시작하고 각자 타이밍과 위치를 정해서 낙하, 무기나 아이템 등을 파밍해 캐릭터를 성장시키면서 살아남아 상대를 제거하다가, 점점 활동 지역이 좁혀지면서 최후의 승자를 결정짓는 방식이다.

큰 변화 없는 게임만 양산되면서 결국 유저들이 게임 룰에 흥미를 잃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에 이어 새로운 광풍이 이어지며 장기적으로 메이저 장르에 정착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하고 EA에서 2월 5일 서비스를 시작한 신작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는 초반 페이스가 눈부시다. 큰 기대와 홍보도 없이 갑자기 출시한 게임이 첫날 트위치 스트리밍 1위를 기록했고, 호평에 힘입어 급속도로 입소문을 탔다. 그 결과 출시 단 1주 만에 유저 2500만 명, 동시 접속자 200만 명을 기록했다. 네이버와 구글 검색량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추월했고, 이제 시작이라는 듯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Apex Legends)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에이펙스 레전드는 배틀로얄이 지속 발전 가능한 장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유는 시스템의 진화와 액션의 발전에서 나온다. 배틀로얄 유행이 몇 년 흘렀지만,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유저의 성취감은 아직 줄지 않은 모습이다. 장르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면서 개량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

앞으로 또 어떤 게임이 장르를 혁신시키고 새로운 시스템을 일구어낼지, 미래에 펼쳐질 배틀로얄의 '생존' 시나리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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