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내 우리 삶을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범용인공지능(AGI)에 대한 회의론이 최근 업계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AGI는 인간과 유사한 지능으로 스스로 학습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 능력을 초월하는 인공초지능(ASI)의 기반이 될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시장의 굳건했던 믿음은 오픈AI가 지난 7일 선보인 새로운 모델 ‘GPT-5’를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차원이 다른 혁신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와 달리 기초적인 철자 오류마저 범하며 적잖은 실망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올 1월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AGI가 개발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조차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AGI는 그다지 유용한 용어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어느 순간 마법처럼 등장해 세상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만능 AI의 탄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조적 도구로 선회하는 AI 개발 트렌드 일론 머스크의 최측근이자 미 트럼프 정부의 AI 및 가상화폐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삭스 역시 이러한 회의론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도적인 AI 모델들이 신과 같은 초지능에 빠르게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재 우리는 그 정반대의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중에 출시된 여러 AI 모델들이 고만고만한 성능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결국 AI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조적인 도구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발맞춰 최근 개발자들의 시선도 모든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완벽한 AI가 아닌, 특정 분야의 문제 해결에 특화된 실용적인 AI를 다양하게 개발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AI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 혁신은 계속되겠지만 AGI나 초지능을 향한 획기적인 도약은 없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기성품 대신 맞춤형 실리콘, 하드웨어 시장의 지각변동 흥미롭게도 이러한 AI 업계의 실용주의 노선은 하드웨어 인프라 시장의 거대한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맹목적인 AGI 개발보다 효율적이고 특화된 작업 환경 구축이 중요해지면서 오픈AI가 브로드컴(Broadcom)과 다년간의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는 오픈AI의 고도화된 AI 작업 처리에 최적화된 맞춤형 AI 가속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오픈AI가 기존처럼 엔비디아의 범용 GPU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맞춤형 실리콘 칩으로 하드웨어 전략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거대 AI 기업들이 점차 기성품 칩보다는 자신들의 서비스 규모와 효율성에 완벽히 들어맞는 맞춤형 반도체를 갈망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브로드컴의 가치 재조명과 투자 시 고려사항 오픈AI와의 이번 계약을 통해 고성능 컴퓨팅 및 네트워킹 분야에서 브로드컴이 차지하는 핵심적인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향후 기술 생태계의 선택과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좌우할 맞춤형 가속기 시장에서 브로드컴의 공동 개발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스닥 시장에서 브로드컴의 주가는 318.81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 1년 수익률은 79.3%, 5년 수익률은 무려 660%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투자자라면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지표들도 존재한다. 반도체 업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40.89 수준인 반면 브로드컴은 60.45로 다소 높게 형성되어 있다. 또한 심플리 월스트리트(Simply Wall St)는 브로드컴의 높은 부채 비율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지목했다. 오픈AI를 비롯한 대형 AI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근거 없는 AGI의 장밋빛 전망이나 막연한 불안감에 휩쓸리기보다는, 이처럼 기업들이 창출해 내는 AI의 실제적인 효용과 하드웨어 인프라의 가치를 차분히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