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19th, 2026

AI 패권 전쟁의 두 단면: ‘순수혈통’ 고집한 LG의 완승, 그리고 일상을 파고드는 구글

최근 국내 AI 업계는 제법 떠들썩했다. 이른바 ‘국가대표 AI’ 1차 평가 결과 때문인데, 현장에서는 입을 모아 LG AI 연구원의 “논란의 여지 없는 완벽한 승리”라고 평한다. 사실 네이버클라우드가 중국산 모듈 사용으로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LG의 압도적인 1위 성과가 살짝 가려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이번 프로젝트가 남긴 진짜 알맹이는 LG가 바닥부터 다져 올린 독자적인 AI 모델 그 자체다. 남들이 중국 모델과 비슷하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받을 때, LG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방식을 고집했다. 정부가 그토록 원했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정석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과기정통부 발표를 보면 숫자가 그 압도적인 격차를 증명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벤치마크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9.2점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공통 평가 14.4점(20점 만점), 개별 평가 10점 만점 등 종합 33.6점(40점 만점)을 거머쥐었다. 전문가 평가 역시 31.6점(35점 만점)으로 선두였고, 깐깐한 AI 스타트업 대표 등 49명이 참여한 사용자 평가에서는 아예 25점 만점을 꽂아 넣었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글로벌 AI 성능 평가 기관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에서 32점으로 세계 7위에 랭크된 ‘K-엑사원’을 두고 경쟁사들조차 “LG는 인정한다”, “붙어보니 명불허전”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2020년 12월 구광모 회장의 주도로 닻을 올린 지 몇 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챗GPT와 제미나이 같은 빅테크 모델이 쏟아질 때 “한국형 AI가 과연 되겠느냐” 하던 냉소적인 시선을 뚝심과 끈질긴 연구로 뭉개버렸다.

물론 안방에서 기술적 뼈대를 세웠다고 벌써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우리가 독자 기술 확보에 안도하는 사이, 글로벌 프런티어들의 진격 속도는 섬뜩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이미 자체 엔진의 성능 경쟁을 넘어, 유저들의 일상 데이터를 자사 AI 생태계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편의성 전쟁에 돌입했다. 구글이 최근 준비 중인 제미나이(Gemini) 노트북 연동 기능 업데이트가 그 적나라한 예시 중 하나다.

결국 AI를 얼마나 야무지게 써먹느냐는 ‘어떤 데이터를 집어넣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 초 구글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미나이가 참조할 수 있도록 노트북 기능을 쥐여주더니, 이제는 아예 파일 업로드의 번거로움마저 지워버리려 하고 있다. 최근 안드로이드용 구글 앱 최신 버전(17.32.26.sa.arm64)을 살펴보면, 시스템 기본 ‘공유’ 메뉴에 제미나이 노트북을 연동하기 위한 밑작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기존 노트북LM에서는 진작부터 플랫폼 고유의 공유 기능을 써먹을 수 있었지만, 제미나이 노트북은 그동안 이런 직관적인 경로가 막혀 있었다.

하지만 곧 상황이 달라질 모양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만지다가도 터치 몇 번이면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PDF, TXT 문서, 심지어 ZIP 압축 파일까지 그 즉시 제미나이 노트북으로 쏴버릴 수 있게 된다. 여러 개의 노트북을 굴리는 헤비 유저라도 문제없다. 공유 메뉴를 누르면 기존에 만들어둔 노트북 리스트가 떠서 알맞은 폴더를 고를 수도 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새 노트북을 팔 수도 있다. 파일이 착착 담기는 업로드 진행 상황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대단히 파격적이거나 논란을 부를 만한 업데이트는 아닐지 모른다. 그저 유저가 어디서 작업하든 AI 생태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머물게 하려는, 구글 입장에서는 당연한 ‘따라잡기’ 혹은 락인(Lock-in) 전략의 일환이다. 아직 이 기능이 언제 정식 배포될지는 미지수지만, 개발 진척도가 꽤 높아 보이는 만큼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타협 없는 토종 AI를 깎아내며 기초 체력을 증명한 LG, 그리고 기술의 문턱을 한없이 낮춰 유저의 일상 깊숙이 AI를 스며들게 만들려는 구글. 이 두 가지 움직임은 현재 글로벌 AI 시장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기술적 자립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풀어낸 한국 AI가 진짜 주도권을 쥐기 위해 다음으로 뻗어나가야 할 방향성 또한, 어쩌면 이 치열한 일상 파고들기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