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16th, 2025

[영화 포커스] 17년의 숙원 푼 박찬욱, ‘어쩔수가없다’로 보여준 파격과 부조리의 미학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선보이는 신작이자, 그가 17년 전부터 구상해 온 숙원 사업인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마침내 베일을 벗을 준비를 마쳤다. 배급사 CJ ENM은 최근 영화의 촬영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음을 알리며, 올해 개봉을 목표로 본격적인 후반 작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생존이 제로섬 게임이 되어버린 극한 상황 속에서 한 가장이 겪는 도덕적 붕괴와 경제적 불안을 다룬다.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의 기묘한 동거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정교한 미장센과 공격적인 사운드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초기작에서 보여주었던 날 선 감각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풍자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프리미어 상영과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 관객상 수상 등을 통해 이미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다.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 인물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어둡지만 우스꽝스러운, 이른바 ‘슬랩스틱 풍자극’의 형태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불편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촬영을 마치며 “이 영화의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게 17년 전쯤인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가장 만들고 싶어 했던 작품을 드디어 촬영까지 마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의 말처럼, 오랜 시간 공들여 세공한 이야기가 스크린 위에서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 영화계 안팎의 기대가 뜨겁다.

이병헌과 손예진, 톱배우들의 처절한 변신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을 대표하는 두 배우, 이병헌과 손예진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다. 이병헌은 의도적으로 어색하고 탈성적화(desexualized)된 가장의 모습을 연기하며 기존의 카리스마를 완전히 지워냈다. 그는 박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감독님과 오랜 친구처럼 아이디어를 주고받은 시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이번만큼 기대가 큰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결과물이 기다려진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예진 역시 날카롭고 예리한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주도한다. 그녀는 “박 감독님과 이병헌 선배의 팬으로서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고, 촬영 내내 정말 멋진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염혜란이 신스틸러로 가세하여 극의 밀도를 높였으며, 이들 톱스타들이 기꺼이 망가지며 보여주는 ‘굴욕의 슬랩스틱’은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후반 작업 돌입, 완성도에 대한 집념

촬영은 지난해 8월 시작되어 치열한 현장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제 공은 후반 작업으로 넘어갔다. 박 감독은 “열심히 후반 작업을 해서 참여한 모든 사람이 보람을 느끼는 영화를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17년을 기다린 감독의 집념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해외 평단의 호평까지 더해진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뿌리로 회귀함과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