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스토브리그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의 대형 연쇄 이동이 확정됐다. 특히 한화 이글스는 투수 최대어로 꼽히던 엄상백을 품에 안으며 선발진 강화에 방점을 찍었고, 주축 선수를 떠나보낸 KT 위즈는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허경민을 영입하며 내야진 재편에 나섰다. 이러한 전력 보강 소식과 함께 한화 선수단의 스프링캠프 열기 또한 호주 멜버른을 넘어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지고 있다.
엄상백 78억 잭팟, ‘선발 왕국’ 꿈꾸는 한화
한화 이글스는 지난 8일 KT 위즈 출신 우완 투수 엄상백과 4년 최대 78억 원(계약금 34억 원, 연봉 총액 32억 5000만 원, 옵션 11억 5000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보장 금액만 66억 5000만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앞서 KT 주전 유격수 심우준을 4년 50억 원에 영입한 데 이은 공격적인 행보다.
2015년 KT 1차 지명으로 데뷔한 엄상백은 이번 시장에서 투수 부문 최대어로 평가받았다. 올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하며 다승 공동 3위, 국내 투수 중 2위의 성적을 냈다. 이번 영입으로 한화는 류현진, 문동주, 황준서, 그리고 외국인 투수 2명과 함께 리그 정상급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하게 됐다. 지난 시즌 팀 선발 평균자책점이 4.95로 리그 7위에 그쳤던 약점을 확실하게 지우겠다는 의지다.
손혁 한화 단장은 “선발진 강화는 필수 과제였기에 빠르게 움직였다”며 “엄상백의 합류는 기존 선발진과의 시너지는 물론 젊은 투수들의 육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엄상백 역시 “가을야구 진출을 넘어 우승이 최종 목표”라며 “신축 구장에서 팬들과 함께 불꽃 같은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KT의 반격, ‘두산 원클럽맨’ 허경민 영입
심우준과 엄상백을 연달아 잃은 KT 위즈는 두산 베어스에서 FA를 선언한 허경민을 영입하며 빈자리를 메웠다. 계약 규모는 4년 최대 40억 원(계약금 16억 원, 연봉 18억 원, 옵션 6억 원)이다. 허경민은 당초 두산과 맺은 잔여 계약(3년 20억 원)을 포기하고 시장에 나오는 승부수를 던졌고, KT는 그에게 보장액 34억 원을 안기며 화답했다.
2009년 데뷔 이후 줄곧 두산에서만 뛴 허경민은 탁월한 컨택 능력과 견고한 수비력을 갖춘 베테랑이다. 통산 타율 0.293에 1483안타를 기록 중인 그는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나도현 KT 단장은 “허경민의 경험과 성실함이 내야진에 안정감을 더하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영입으로 KT는 허경민에게 3루를 맡기고, 잦은 실책으로 불안감을 노출했던 황재균을 1루로 전환하는 포지션 교통정리에 나설 전망이다. 허경민은 “10년 넘게 뛴 팀을 떠나는 건 힘든 결정이었지만, 프로로서 새로운 팀에서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호주 멜버른 달군 신예들의 반란
프런트가 FA 시장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현장에서는 치열한 내부 경쟁이 펼쳐졌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 선수단은 호주 멜버른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캠프 막바지였던 17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는 양 팀 합쳐 29안타와 홈런 6방이 터져 나오며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이번 멜버른 캠프는 철저히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옥석 가리기’의 무대였다. 13일부터 사흘간 치러진 호주 국가대표팀(멜버른 에이시스)과의 연습경기에서 오재원, 최유빈, 한지윤 등 신예 타자들과 투수 황준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청백전에서도 포수 장규현이 9타수 5안타의 맹타를 휘둘렀고, 오재원과 최유빈, 최원준 등도 홈런포를 가동하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었다. 외국인 투수 윌커 허난데스와 오웬 와이트는 각각 피홈런을 허용하며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오키나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다
한화 선수단은 18일 오전 훈련을 끝으로 호주 일정을 마무리하고 2차 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한다. 오키나와 캠프부터는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합류해 완전체 전력을 갖추고 본격적인 실전 모드에 돌입한다. 퓨처스 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의 합류와 기존 인원의 이동 등 엔트리 조정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오키나와에서의 일정은 그야말로 ‘지옥의 스파링’이다. 19일 입성 후 21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과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22일에는 일본 프로야구(NPB) 1군 강호 지바 롯데 마린스와 맞붙는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 니혼햄 파이터스 2군,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수준 높은 상대들과의 연전이 기다리고 있다.